[단독] 몸값 3분의 1 토막 난 '디홀릭커머스', 유니슨캐피탈이 인수

입력 2022-12-02 15:16   수정 2022-12-02 16:05

이 기사는 12월 02일 15:1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일본에서 패션 플랫폼 디홀릭을 운영하는 국내 스타트업 디홀릭커머스를 국내 사모펀드(PEF) 유니슨캐피탈이 인수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시기 유동성을 등에 없고 몸값이 급등했던 스타트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성 인수합병(M&A)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아직 영업 현금흐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투자금 유치에 실패하면서 생사의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자금력이 탄탄한 국내외 사모펀드와 대기업들이 ‘줍줍’ 기회를 노리고 있다.

2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유니슨캐피탈은 디홀릭커머스가 발행하는 신주 400억원을 사들여 지분 60%를 확보했다. 지분 100% 기준 기업가치는 600억원으로 2019년 마지막 투자유치 당시 1500억원에 비해 3분의 1 토막 났다. 거래 전 이 회사의 주요 주주는 86.63%를 보유한 창업자 이동환 대표, 유진그룹-위벤처스 벤처조합 12.51% 등이었다. 거래 성사 후 이 대표와 위벤처스는 소액 주주로 남게 됐다.

디홀릭커머스는 지난 2001년 다홍(DAHONG)이라는 소형 여성 패션몰로 시작했다.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2006년 중국에서 패션 플랫폼 ‘쓰상치이’, 2008년 일본에서 ‘디홀릭(DHOLIC)’을 오픈했다. 이후 일본 시장에 집중하기로 하고 ‘동대문 패션’을 일본에 맞게 현지화하는 전략을 짰다. 현지 인플루언서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며 인지도를 쌓았다. 일본 소비자들이 주문 후 3~4일 만에 한국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배송망도 구축했다.

이후 디홀릭은 연간 온라인 거래액(GMV) 1100억원(2020년 기준)을 올리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19년 말에는 유진그룹-위벤처스 투자조합으로부터 16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약 1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일본 교토 삿포로 후쿠오카 등 현지에 의류 매장 6곳과 화장품 편집매장 8곳을 여는 등 오프라인 시장 확대에도 나섰다.

하지만 성장 위주의 경영 전략은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디홀릭커머스의 매출은 2019년 592억원에서 2020년 1142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93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0억원에서 35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17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영업을 통한 현금흐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고금리 여파로 투자 유치에도 실패하면서 더홀릭커머스는 자금난에 빠졌다. 올해초에는 글로벌 진출을 꾀하는 무신사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3년여전 이 회사를 눈여겨보고 경영권 인수를 추진했던 유니슨캐피탈은 회사가 문닫을 위기에 처하자 다시 인수 의사를 밝혔다. 3년전과 달리 돈줄이 마른 디홀릭커머스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매각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유니슨캐피탈은 적자 사업과 부동산 등 비핵심자산을 대거 정리하고 본업에 집중해 기업 가치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시기에 몸값이 치솟았다가 구조조정 매물로 시장에 나온 사례는 더홀릭커머스 뿐 아니다. 인슈어테크(보험+기술) 스타트업인 보맵은 GA(법인 보험 대리점) 업체인 에즈금융서비스에 최근 단돈 50억원에 팔렸다. 보맵은 2020년 ‘보장핏팅’과 ‘건강분석’ 솔루션을 출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핵심 사업인 맞춤형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투자금 유치는 난항을 겪었다. 기업가치는 마지막 투자 유치 당시에 인정받은 630억원에 비해 12분의1 토막 났다.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물류업을 하는 유진그룹 자회사 유진소닉이 인수를 추진 중이다. 메시코리아는 올해초만 해도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인 ‘유니콘’을 노쳤지만 현재 기업가치는 6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메쉬코리아는 올해 초 OK캐피탈로부터 빌린 대출금 360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매물로 나왔다.

한 VC 관계자는 “코로나 시국에 무리하게 사업을 벌리거나 창업자가 본업 이외의 다른 투자를 하는 등 방만하게 경영했던 스타트업들이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대기업이나 사모펀드들은 알짜 기업들을 싼값에 사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팔리는 스타트업은 운이 좋은 편이다. 사업 경쟁력을 잃으면 매각도 쉽지 않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가 대표적이다. 국내 OTT업계는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티빙 등이 시장을 과점해 왓챠는 설 자리가 좁아졌다. 올 여름부터 매각을 진행 중이다. 리디, 교보문고 등이 인수를 검토했지만 전부 무산됐다. 최근엔 유플러스가 인수를 위해 실사를 벌이고 있지만 거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타트업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며 “돈을 벌고 있거나 적자를 보더라도 사업성이 있으면 매각이라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회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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